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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찬란한 유월의 찬가(讚歌) ♤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붙인 달(月)의 이름을 보면 참 재미 있다. 저마다 광야에 선

시인과 다를 바 없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일 년 열두 달을 각각 다르게 이름을 지었다.

유월을 예로들면 '옥수수 수염나는 달'(워네바고족), '더위가 시작되는 달'(퐁카족),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테아푸에불로족), '황소가 짝짓기하는 달'(오마하족),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체로키족) 등이다.

서양에서의 유월은 가장 젊은 달이다. 까닭은 유월(June)이 '젊은 이'를 뜻하는

라틴어 '이우니오레스(iuniores)'에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흔히 우리가 젊은이의 달이라고 생각하는 오월은

'노인'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오레스(maiore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게다가 유월은 가장 많이 결혼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만큼 젊고 농업시대에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달이기도 했다.

게다가 스웨덴과 필란드 같은 북구에선 6월의 셋째 금요일을 하지(夏至)

축제로 기념한다. 하지는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때를 이름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충일한 시기가바로 유월이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하걸…// 반벙어리처럼 / 귀머거리처럼/ 보내지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인의 육필 시집 "환합니다" 중에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이라는 시다.

그렇다. 가장 파괴적인 단어가 '나중'이고 가장 생산적인 단어가 '지금'이다.

'즉시현금(卽時現金) 갱무시절(更無時節)'이란 말도 있다.

"지금이 곧 그때이고 그 시절은 다시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모든게 찰나다. 모든 게 순간이다. 지금은 다시 없다. 지금은 그때다.

흔히 유월을 가리켜 호국영영의 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웬지 그렇게 부르면 슬프다.

죽어서 박제화된 느낌이다. 본래 이 나라를 지켜낸 호국열령들은 젋었다.

돋아나는 죽순 같고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았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푸른 대나무로 다 자라기도 전에, 활짝 피어보기도 전에

시대 속에서 산화했다. 하지만 그것은 값없는 죽음이 아니었다.

그들의 죽음 위에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삶을 이어 나갔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들이 이렇게 있었게는가?

그들이 그 순간, 그 시절에 몸 바친 까닭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지금을 산다.

젊고 찬란한 유월에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13. 6. 2
젊고 찬란한 유월의 의미를 노래하는 당신이길 ...... 柳溪 권성길 作